![]() | 최득진 법학 박사 서울 경성고등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법학연구과 졸업 전, 대학교수 현, (주)AXINOVA 대표 이노바저널 대표 및 주필 AXINOVA 연구개발원 원장 MSC(마음챙김) 국제 지도사 챗GPT인공지능 1급 지도사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원 상담심리 전문가 교육사회 전문가 |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적 시장주의’는 시장 자율성과 정부 개입의 균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형평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는 시대착오적 혼합경제의 망령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청년 고용촉진 특별지원법 개정안’을 통해 청년 고용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지방 균형 발전 인프라 특별법’을 추진하며 정부 주도의 공공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민간의 자생적 투자와 고용 창출을 견인하기보다 정부 지원과 규제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청년 고용 세제 혜택은 단기적 고용 유인은 제공할지언정, 지속가능한 청년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시절 유사한 ‘청년 내일채움공제’와 고용보조금 정책은 재정 부담만 늘리고 실질적인 청년 고용 증대 효과는 미미했던 전례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적 시장주의’도 이 실패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실용적 시장주의는 독일과 프랑스가 과거 추구했던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 또는 ‘계획적 시장경제(Dirigisme)’와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독일은 20세기 중반 사회적 시장경제로 고도 성장을 이뤘지만, 지나친 노조의 영향력과 규제 강화로 1990년대 이후 성장 둔화와 고용 경직성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강력한 공공부문 확대는 장기적으로 민간 부문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고질적 재정 적자를 초래한 대표적 사례다.
반면, 영국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정부 이후 시장 자율성을 최우선에 두고 과감한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추진함으로써 시장의 활력을 되살린 경험이 있다. 글로벌 경쟁과 기술 혁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오늘날,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이라는 모호한 절충주의가 아니라 시장 자유화에 기반한 분명한 원칙이어야 한다.
실용적 시장주의, 즉 혼합식 시장주의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는다.
“실용적 시장주의는 언뜻 합리적이고 유연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과 여지를 확대하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그 개입의 경계와 기준이 불명확하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투자 위축과 혁신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는 관치경제로의 회귀가 아니라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선택적 개입은 단기적 처방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구조적 문제의 해법은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시장주의는 시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임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용’이란 이름은 시장의 자유와 정부 개입의 경계를 흐리는 수사적 장치에 불과할 위험이 크다. 지금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 힘을 혁신과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이다. 정부 개입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로, 최소화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혼합경제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시장을 신뢰하되, 그 신뢰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규제를 최소화하며,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정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은 결국 시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정부 개입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