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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이 되기 전의 혐의로 유죄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경우, 재판이 계속되어야 하는 헌법적·형사법적 근거 최득진 기자 2025-06-09 10:53:49

이노바저널 인포그래픽 이미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위한 방패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조항의 해석이 “재직 이전에 제기된 형사재판”에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단순한 법리 논쟁을 넘어 헌정질서의 근간을 되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만일 대통령이 되기 전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상황이라면, 이 사법절차는 단순한 ‘소추’의 영역을 넘어선다. 이는 이미 헌법 제84조가 예정한 ‘재직 중 소추’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보아야 한다. ‘형사소추’란 공소제기 행위를 의미하며, 이미 공소가 제기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까지 재직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중단하는 것은 헌법적 타당성을 결여한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사실상 하급심에 대한 판단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법적 지침이다. 이 단계에서 재판을 멈춘다면 이는 국가가 스스로 법적 권위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형사소송법상 파기환송 재판은 새로운 소추가 아닌 기존 소추의 연장선상에 있는 절차이며, 소추와 재판은 헌법상 구별되어야 한다.


또한 이 문제는 단지 법리의 차원을 넘어 법치주의의 원리, 평등권의 원칙, 권력분립 체계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법부가 대통령이라는 정치 권력의 지위에 종속되지 않아야 함을 천명하는 조항이다. 대통령의 존재가 곧 재판의 중단 사유가 된다면, 이는 곧 사법권 독립의 훼손이자, 입헌민주주의 체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형법의 일반예방적 기능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 아래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우리 공동체의 사법정의가 단지 형식이 아닌 실질임을 입증하는 근거다. 특정 직위에 있다고 해서 동일한 범죄에 대해 다른 법적 처우를 받게 된다면, 법 앞의 평등은 허울뿐인 수사가 되고 말 것이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Paula Jones 사건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민사소송을 허용했고, 형사조사 역시 원칙적으로 배제되지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프랑스 또한 헌법 제67조를 통해 재임 중 일부 소추를 제한하지만, 면책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여 사법 절차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헌법 제84조는 형사소추의 유예를 선언한 조항일 뿐, 재판의 중단까지 보장하는 규정이 아니다. 특히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이미 선고된 사건이라면, 그 재판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는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평등권이라는 헌법의 핵심 가치들과도 부합한다. 대통령이라 하여 사법절차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대통령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법정의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헌법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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